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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윤영빈 감독이 연출한 '강릉'은 평화로운 강릉의 리조트 건설권을 둘러싼 두 조직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최근 트렌드인 코믹 액션이나 수사극의 형태를 배제하고, 인물들의 묵직한 대사와 서늘한 칼날이 부딪히는 90년대 정통 느와르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1.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 김길석과 이민석
영화의 축은 강릉의 질서를 지키려는 토박이 조직원 김길석(유오성 분)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을 흔드는 침입자 이민석(장혁 분)의 대립입니다.
김길석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의리를 중시하는 구세대적인 인물입니다. 반면 이민석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동료든 보스든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현대적인 '포식자'의 전형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분석하며 흥미로웠던 점은 두 인물의 '속도감' 차이입니다. 느릿하지만 단단한 길석의 움직임과 번개처럼 날카롭고 잔인한 민석의 움직임이 충돌할 때, 영화는 한국형 느와르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완성합니다.
2. 장혁의 '이민석': 악의 순수한 결정체
장혁 배우가 연기한 이민석은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서늘한 빌런입니다. 그는 대화로 해결하기보다 칼로 먼저 말하는 인물이며, 그 과정에서 어떤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혁 특유의 절권도 기반 칼부림 액션은 '강릉'의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합니다. 1편 '범죄도시'의 장첸이 야생의 늑대 같았다면, '강릉'의 이민석은 마치 잘 훈련된 살인 병기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정보성 콘텐츠 전략에서도 이처럼 확실한 '색깔(Color)'을 가진 캐릭터는 독자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3. 강릉이라는 공간의 이중성: 낭만과 비정함
영화 속 강릉은 관광객들이 찾는 낭만적인 도시가 아닙니다. 거센 파도와 어두운 밤바다는 인물들의 거친 삶과 닮아 있습니다. 리조트라는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평화롭던 지역 사회의 서열이 무너지는 과정은, 느와르 장르가 늘 다뤄온 '자본에 의한 인간성의 파멸'을 상징합니다.
시각적으로는 동해의 차가운 푸른색을 배경으로 붉은 피가 대조를 이루는 미장센을 활용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투박한 항구와 낡은 건물들을 무대로 삼아, 정통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정서적 무게감을 훌륭하게 표현해냈습니다.
4. "내일이 없는 놈들끼리 싸워보자"
결국 영화는 '내일'을 꿈꾸던 사람들이 어떻게 '오늘'만을 위해 사는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김길석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이권이 아니라, 자신이 믿어온 '의리'라는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민석이라는 강력한 침입자에 의해 그 가치가 무너졌을 때, 길석 역시 생존을 위해 칼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는 "과연 의리가 돈보다 위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강릉'은 그 대답을 화려한 수식어 대신 묵직한 타격음과 씁쓸한 뒷맛으로 대신합니다. 이는 본 시리즈가 추구해온 느와르적 본질—비정한 현실과 마주하는 인간의 고독—에 충실한 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4편 핵심 요약
- 정통 느와르의 부활: 의리와 배신, 복수라는 고전적 테마를 묵직한 필치로 그려냄.
- 압도적 빌런의 존재: 장혁 배우의 열연으로 탄생한 '이민석' 캐릭터가 극의 긴장감을 주도함.
- 공간의 상징성: 강릉의 거친 바다와 항구를 배경으로 자본 논리에 무너지는 인간상을 효과적으로 연출함.

